
성범죄 사건은 그 특성상 은밀한 공간에서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할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사건의 유일하거나 가장 핵심적인 직접 증거로 작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는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처벌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도 한다.
그러나 성범죄 사건 역시 형사소송의 기본 원칙인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는 증명’ 원칙이 적용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에 따르면, 범죄 사실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므로 단순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중요한 증거로 평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진술이 어떠한 기준에 따라 신빙성을 인정받는지, 그리고 억울한 피의자나 피고인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구체성, 일관성, 합리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법원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직접적인 물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피해자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되는 경우, 해당 진술의 주요 내용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인지, 진술 자체에 모순이 존재하지 않는지, 허위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 등).
먼저 구체성은 피해자의 진술이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려운 세부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사건 당시의 상황, 가해자의 행동, 대화 내용, 피해자가 느낀 감정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될수록 진술의 신빙성은 높게 평가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일관성은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핵심적인 부분에서 동일한 내용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다만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의 흐림이나 표현 방식의 차이로 인해 사소한 부분이 일부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은 핵심적인 사실관계의 일관성을 중심으로 판단하며, 단순한 세부 표현의 차이만으로 전체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부정하지 않는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참조).
마지막으로 합리성은 진술 내용이 일반적인 사회 경험과 논리적 흐름에 비추어 자연스럽고 타당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이와 같이 성범죄 사건에서 단순히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진술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해자가 실제 경험하지 않았다면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는지, 그러한 진술이 일관되고 합리적인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신빙성을 판단한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꾸며 진술하는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모순이나 논리적 허점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건 발생 직후 이루어진 초기 진술은 일반적으로 기억 왜곡의 가능성이 낮고 외부 영향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이유로 증거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112 신고 내용, 수사기관에서 이루어진 최초 진술, 해바라기센터 등 전문기관에서의 상담 기록 등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성폭력 피해자는 사건 직후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는 진술이 다소 혼란스럽거나 단편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고 사건의 기억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진술이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법원은 초기 진술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후 진술이 변화하게 된 경위와 맥락을 함께 고려하여 전체적인 신빙성을 판단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기준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진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실제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허위의 피해 진술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가능한 한 초기 진술 단계부터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며 일관된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기관은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을 비교하여 어느 쪽이 더 신빙성이 높은지 판단한 후 처분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단순히 억울함만을 호소하거나 사건 당시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진술이 혼란스럽게 이루어진다면, 피해자의 진술이 상대적으로 신빙성이 높다고 평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사건의 경위와 당시 상황을 시간 순서에 따라 정리하고, 모순 없이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자동적으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진술의 구체성, 일관성, 합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빙성을 판단하고 있다.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에는 물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면 가해자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으며, 반대로 허위 신고로 인해 억울하게 피의자가 된 경우라면 객관적인 진술과 정리된 설명을 통해 혐의를 벗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두 경우 모두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정리하고, 조사 단계 이전부터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법무법인 태림 부천 분사무소 윤현수 변호사)
출처 : 미디어파인(https://www.mediafine.co.kr)